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한 부부가 한 미국인 판사에게 무려 932억원짜리 소송을 당했습니다.
이런 어마어마한 액수의 소송을 건 이유는 무엇일까요?
그것도 법을 아주 잘 알만한 판사가 말이죠.

게다가 이 한국인 부부는 특별한 범죄에 연루된 것도 아니었는데요.
이 부부가 소송을 당한 이유는 너무도 어이없는 이유였습니다.
바로 이 판사가 맡긴 바지를 세탁소에서 잃어버렸다는 것입니다.

마침 그 바지의 주인이 미 법원에 근무 중인 현직 판사였던 것이죠.
세탁소 주인인 정진남 씨는 피어슨이라는 이름의 판사에게 미안하다며 바지 값의 몇 배를 배상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.
그러나, 피어슨 판사를 이를 단호히 거절하며 소송을 걸어왔습니다.
정 씨 부부가 운영하는 세탁소의 간판에는 ‘고객만족’, ‘당일수선’ 등 평범한 문구들이 적혀 있었는데, 피어슨 판사는 이 부분들을 꼬투리 잡아 소송을 걸었다고 합니다.
“세탁소 주인 정 씨가 바지를 잃어버려 나의 소비자 보호 권리가 침해당했으니 이를 배상해라. 앞으로 정씨의 세탁소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기에 멀리 떨어진 다른 세탁소를 이용하기 위해 그곳을 차량으로 통행하면서 발생하게 된 기름값과 통행료 등을 배상해라.
그 밖에 변호사 선임 비용은 물론, 정신적 피해 비용도 배상해라”
누가 봐도 억지스러운 부분인데, 판사가 이런식으로 나오니 법적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너무 무서운데요.
미국에서도 이 소송은 이슈가 되었습니다.

그러나 미국 역시 사람 사는 곳.
말도 안되는 소송임을 다들 알고 있었고 한 시민은 ‘미친짓’이라고까지 이야기 하는데요.
게다가 사실 바지는 분실한 게 아니었다고 합니다.
세탁소 내부 물류 실수로 인해 원래 찾아갈 날짜에서 며칠 뒤 세탁이 완료 되었는데, 이게 분실로 오해되었던 것이었습니다.

바지를 찾은 부부는 얼른 돌려주려고 했지만, 피어슨 판사는 “그 바지는 내 바지가 아니다. 세탁소가 내 진짜 바지를 잃어버렸다”고 주장했다고 합니다.
영수증과 세탁소 기록이 있는데도 말이죠.
결국 피어슨 판사는 10달러짜리 바지 하나를 가지고 정신나간 금액의 소송을 계속 이어갔고, 정 씨 부부는 바지값의 합의금으로 1200배인 1만 2천달러를 제안했습니다.
그러나 이것 조차도 피어슨 판사는 거절하고 소송으로 들어갔습니다.
소송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?
당연하게도 미국 법원은 정 씨 부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.

거기다 미국 사법개혁협회 국장은 “미국의 납세자들은 이런 소송으로 자원이 낭비된다는 사실에 분노한다”고 밝혔다는데요.
누가 봐도 비상식적이고 부당한 소송이었다는 것이죠.
미국 재판부는 정 씨 부부가 피어슨 판사에게 전혀 돈을 줄 필요가 없다며, 소송 비용 역시 모두 피어슨 판사가 부담하라고 판결했습니다.
그런데 여기서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.
변호사 선임비 등으로 8만달러, 우리나라 돈으로 1억원이 훨씬 넘는 돈을 쓴 정씨 부부가 피어슨 판사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던 것입니다.
“변호사 선임 비용 청구를 하지 않겠다. 이쯤에서 소송을 그만하자”고 말이죠.
그러나 피어슨 판사의 답변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.
바로 ‘항소’로 응답한 것입니다.

판결을 인정 할 수 없으니 다시 한번 붙자는 뜻을 밝힌 것입니다.
정신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해서 다시 소송전에 돌입한 정 씨 부부와 피어슨 판사는 3년간 소송으로 싸웠습니다.
그리고 결국에는 지극히 당연하게 정 씨 부부가 승소했습니다.
이 말도 안되는 소송에 들어간 비용은 다행스럽게도 미국 시민들이 정 씨 부부를 위해 기부금을 모금해서 모두 충당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.
그러나 남은 것은 상처 뿐이었습니다.
금전적, 정신적으로 만신창이가 된 정 씨 부부는 소송 중 이미 세탁소 문을 닫고 폐업을 한 상태였습니다.

미국으로 이민을 간 후 세탁소를 차린 뒤 열심히 일해 분점까지 낼 정도로 잘 되던 세탁소가 한 순간에 사라져버린 것입니다.
피어슨 판사는 당연히 망했습니다.

정확히는 소송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해 해고당했고, 이 부분에 불만을 제기하며 탈락 철회 소송을 걸었지만 그것도 패소했다고 합니다.
소송에 미친자가 분명한데요.
이 사건은 미국 워싱턴에서 일어난 유명한 사건, 2007년도 ‘바지 소송’ 사건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.